본문 바로가기
영화

사자 후기, 검은사제들이 더 재미있었다.

by 붓짜 2019. 7. 30.
반응형


*해당 포스팅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영화를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께서는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사자 후기, 검은사제들이 더 재미있었다.

영화 사자를 보고 왔다. 영화 사자의 개봉일은 7월 31일, 하지만 나는 스타라이브톡?이라고 해서 선공개하는 것을 미리 보고 왔다. 재관람의사 없으며 추천의사 또한 없다. 조금 애매하다. 좋게 얘기하면 관객을 쥐락펴락하며 단짠단짠 쉼없이 즐거움을 선사하는 영화, 나쁘게 얘기하면 둘 다 잡으려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다 정도. 

영화 포스터를 보고 여기에 왜 안성기 배우가 껴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안성기 배우가 없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두 배우의 연기력이나 이러한 것들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유일하게 영화 내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캐릭터랄까.

스토리도 갸우뚱, 영화 시작부터 갸우뚱, 중간중간 펼쳐지는 장면들에 다시 한 번 갸우뚱, 마지막 결말 역시 갸우뚱. 아니 뭐 좋게 본다면야 좋게 보겠지만 마음 한구석에 `돈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차라리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검은 사제들 처럼 말이다.

=============================스포, 영화 미관람시 뒤로가기 눌러주세요===================

영화 사자 후기

영화 사자는 검은 사제들과 유사한 부분들이 많다. 다만, 검은 사제들은 시작부터 끝까지 어둡고, 무겁고, 공포스럽다면 사자는 어두웠다가 밝았다가, 무거웠다가 가벼워졌다가, 공포스럽다가 웃겼다가 한다. 뭐 양념반 후라이드반, 탕짜면처럼 두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에는 한 가지만 진득하게 먹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다루는 일종의 퇴마라는 주제는 사실 한 가지만 진득하게 먹는 것이 더 좋은 주제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검은사제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긴장감에 휩싸여 몰입해서 봤으며 영화가 끝나고나서도 굉장히 깊은 여운에 빠졌던 반면 사자는 사실 중간중간 몰입이 완전히 깨져버렸으며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사실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영화를 보고난 뒤 기억에 남는 것은 내 뒤에 앉은 한 여성관객분의 짧고 굵은 탄식이다. 영화 막바지에 용후(박서준)이 사제복을 갈아입고자 상의탈의를 하는데 이 때 용후의 근육질 몸매가 나오자 내 뒤에 앉아있던 한 여성분이 `어후~` 외마디 탄식을 내뱉으시더라. 뭐 질투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만 사실 영화 시작부분에 나오는 대회장면도 `굳이 넣었어야했나?` 라는 의문이 든다. 뭐 영화 스토리와 전혀 상관 없진 않지만.

영화 사자 개봉일

용후가 나오는 장면들은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다. 무겁지 않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섭고 두려운 퇴마라는 주제를 보다 가볍고, 부드럽게 넘길 수 있게끔 만들어 준 것은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부드러움을 넘어서서 그냥 너무 뻔하다랄까, 그냥 인터넷에서 흔히 얘기되는 `한국식 00`이 모두 모여있다. 

굉장히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까칠한, 하지만 단 한 사람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약해지고 따뜻해지고,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겪다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는 한국식 슈퍼 주인공을 베이스로 한국식 인맥, 잘생긴 한국식 악당, 다소 뻔하고 오글거리는 한국식 연기, 헛웃음도 안나오는 한국식 농담, `이렇게 되겠지~ 역시 그렇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는 한국식 연출 등 이 다양한 한국식 00 시리즈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당장 검색만 해봐도 `퇴마 액션 히어로 탄생` 과 같은 뻔한 문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맞다, 딱 당신이 생각하는 그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뭐 일개 나 따위가 아쉬워한다고 해서 뭐 변하겠냐만은 솔직히 좀 아쉽다. 조금만 덜 부드러웠다면, 조금만 더 진중했다면 훨씬 괜찮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중간에 뛰쳐나오지 않고 끝까지 앉아서 보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배우 안성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이 형님이 나온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이 분을 TV로 본 것은 오로지 커피 광고 뿐이었다.

발성부터 달랐다. 집 거실에 누워서 `커피는 역시 00` 를 듣는 것과 사운드 짱짱한 영화관에서 대사 한 마디 한마디 듣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조곤조곤얘기함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목소리에 힘이 가득한게 정말 부러울 정도로 멋있었다.

영화 중간에 상의 탈의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때 퇴마를 진행하다가 생긴 상처들 때문에 아파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저 상처난 등과 아파하는 목소리만 나올 뿐인데도 불구하고 내 등이 다 아려왔다. 전반적으로 극의 중심을 꽉 잡고 이끌어나가는 느낌, 진짜 이 형님 안계셨으면 이 영화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 뻔한 한국형 퇴마 액션 히어로 이딴 요소만 배제하고, 나머지 것들을 보자면 굉장히 훌륭하다. 충분히 공포스럽고 충분히 기괴하고 충분히 두렵다. 각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모두 굉장히 뛰어나다. 그저 중간중간에 껴있는 한국식 00이 이러한 것들을 다 잡아먹어버려서 아쉬울뿐.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