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파도

사람은 본디 욕심이 많은 존재다.

그래서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보고 탐내기 마련이다.

헌데 이러한 탐욕스러움이 되려 인간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어렸을 적 부터 나는 하지마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다.

내가 왜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지는 응당 이해하며 이에 대해 불만은 없다.

무엇이든 하지마 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나는 자연스럽게 위험회피성향을 띄게 됐다.

애초에 내가 그런 성향인건지, 하지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둘 다 인지, 제3의 요소가 있는지는 모름.

어쨌거나 나는 할까 말까 라는 고민이 들 때면 이런 저런 이유(=핑계)를 대며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순탄하고 평탄한 삶이 이어져왔다.

누군가가 무언가가 좋다고 해도 나는 하지 않았다. 되려 의심부터 했다. 이게 진짜 맞나, 이 좋은걸 혼자 안먹고 나한테 권하는 이유는 등등.

어렸을 적 부터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결과물이랄까.

그래서 나는 아무리 친한 지인일지언정 금전거래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친한 친구에게 돈 떼먹힌 썰 푼다 같은 사건 하나 없다.

말 그대로 평온한 삶을 살아왔고, 그래도 큰 사건사고 없이 잘 살아 왔다, 잘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조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거지.

썩 나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썩 좋은 일 또한 일어난 적이 얼마 없잖아?

그렇게 나는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도전이라는 것들을 하나하나 시도하기 시작했는데

응당 이것이 잘 될리가 없었다.

애초에 하지마라는 이야기를 일평생 들어온 나로써는 무언가를 추진해나간다는 것부터가 힘이 들었으며,

계획했던 대로 흘러갈리 없는 일이 역시나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다르게 해볼까? 와 같은 생각보다는

역시 하지 않는게 맞는데, 해도 안될듯 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별 거 아닌 문제에도 크게 휘둘리는 등의 문제를 겪게 된다.

그리고 결국 시도했던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야 만다.

당시엔 너무 힘들었고, 더더욱이 힘들었던 점은 내가 조금만 더 했으면 됐을거라는거다.

너무 암울하고 힘들고 미래가 없어보였을지언정 조금만 참고 한 발 두 발 더 나아갔으면 됐을건데

나는 그러하지 못했다.

왜?

그래본적이 없으니까.

깨지고 부딪히고 하면서 나아가본 적이 없으니까.

애초에 깨지지않고 부딪히지 않게끔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아무쪼록 정말 힘들었다.

심적으로도 힘들었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무리한 탓에 완전히 체력이 맛이 가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냐고?

반반 섞어 살고 있다. 기본 베이스는 하지 않는 삶, 굴곡 없는 삶, 보다 안정적인 삶을 취해가고 있다.

다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맷집을 늘려나가고 있다랄까.

아무쪼록 내 삶의 기본 베이스는 하지 않는, 굴곡 없는 삶이다.

크게 변하는 것 없지만 잔잔함을 얻었다.

잔잔함에 파도라는 단어를 결합하면 잔잔한 파도가 된다.

너무 메서운 파도는 모든 것을 집어 삼키고 파괴한다.

잔잔한 파도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비롯하여 다양한 긍정적인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준다.

잔잔한 파도와 같은 삶을 살아나가야겠다.